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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가 경쟁력이다] 독자는 행간을 읽는 쇠똥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이인환 기자   입력 2019.08.09 am09:47   기사승인 2019.08.12 am01:00 인쇄
옛날에 황금을 많이 모은 개똥이가 있었다. 초가삼간이라 보관할 곳이 없었다. 개똥이는 고민 끝에 뒤꼍으로 가서 땅을 파서 황금을 묻고는 나중에 잊지 않기 위해 다음과 같은 팻말을 세웠다.
“개똥이가 황금을 묻지 않았음.”
쇠똥이가 우연히 그 팻말을 보았다. 쇠똥이는 팻말을 보고 씨익 미소를 짓고는 밤에 몰래 와서 황금을 캐고는 완전범죄를 꿈꾸며 다음과 같은 팻말을 세웠다.
“쇠똥이가 황금을 가져가지 않았음.”
다음날 개똥이는 쇠똥이의 팻말을 보고 땅을 황금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너무 화가 나서 범인을 잡겠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부터 범인을 잡을 테니 쇠똥이 빼고 다 나와!”

책쓰기 강좌에서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할 이야기로 들려주는 우스갯소리다.
개똥이의 어리석은 행동에 웃음을 터트린 분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개똥이가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이렇게 물으면 많은 이들이 ‘팻말’을 세운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결과지 이유가 아니다. 이유는 개똥이가 팻말을 세우게 만든 마음에 있다. 그렇다면 개똥이에게 팻말을 세우게 만든 어리석은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팻말이 비유하는 것이 무엇인지 책쓰기와 결부시켜 생각해 보자.
“개똥이가 황금을 묻지 않았음.”
개똥이는 자신이 이렇게 글을 써 놓으면 누구나 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읽을 줄 알았다. 쇠똥이처럼 남의 글을 읽을 때 글쓴이의 의도와 행간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즉 독자가 책을 읽을 때는 단순히 글만 읽는 것이 아니라 글의 문맥과 행간을 통해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며 읽는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개똥이들은 글을 쓰기만 하면 독자들이 자기 뜻대로 읽어줄 것이라 믿고 그대로 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대다수의 독자들은 쇠똥이처럼 글 속에 담겨 있는 문맥과 행간을 통해 글쓴이의 의도를 읽고 있는 걸.
책쓰는 예비저자라면 개똥이처럼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항상 개똥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독자들은 결코 내 의도대로 책을 읽어주지 않는다. 독자들은 쇠똥이처럼의 자신의 필요에 따라 글의 문맥과 행간을 읽는다. 나의 의도와 독자의 필요가 딱 맞으면 사랑받는 책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괜히 개똥이처럼 나의 치부만 드러내는 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책을 쓸 때는 무엇보다 먼저 내가 상대해야 할 독자는 행간을 읽는 쇠똥이들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책쓰기에서 개똥이의 팻말로 작용하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프로필이다. 나도 한때는 개똥이처럼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으로 프로필을 쓴 적이 있다. 프로필을 화려하게 써야 독자들이 전문가로 믿어줄 것처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행간을 읽는 쇠똥이 같은 독자들은 화려한 프로필을 내 의도대로 읽어주지 않았다. 책쓰기의 오점을 남긴 시행착오였다. 지금은 가급적 독자가 필요로 하는 전문가라는 정보만 담으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쇠똥이처럼 프로필을 볼 때 문맥과 행간을 본다. 과장되거나, 급조되거나, 심지어 돈으로 만든 수상실적과 같은 프로필을 보면 오히려 책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의 가치관과 세계관도 개똥이의 팻말로 작용할 수 있다. 현실의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문제점은 잘 짚어내지만, 정작 해법은 현실적이지 못한 추상적인 주장으로 마무리 짓는 글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쓰고, 아무리 정곡을 찌르는 내용을 썼다 하더라도, 이런 글은 대부분의 현명한 독자인 쇠똥이들에게 부정적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힘들게 책을 써놓고 개똥이처럼 부정적인 인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급적 독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주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책을 쓰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띄어쓰기와 맞춤법,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도 개똥이의 팻말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았더라도 글쓰기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문맥과 행간을 읽는 쇠똥이와 같은 독자들의 냉정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이 자신의 글을 완벽하게 보기는 정말 힘들다. 가급적 제3자인 전문가의 손을 거치게 하거나, 최대한 좋은 출판사를 만나 교정과 교열은 필수로 거치는 것이 좋다.

좋은 책을 쓰려면 항상 <개똥이 이야기>를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글쓰기를 할 때마다 개똥이 이야기를 생각하면 괜히 입가에 미소가 돌고, 그것을 통해 수시로 독자는 행간을 읽는 쇠똥이라는 것을 챙길 수 있어서 좋다. 아울러 개똥이처럼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팻말을 세우는 잘못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간을 읽는 독자를 챙기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만날 수가 있어서 좋다.
실제로 이 이야기를 책쓰기할 때 반면교사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잠시 눈을 감고 개똥이의 팻말과 쇠똥이의 팻말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범인을 잡겠다고 "쇠똥이 빼고 다 나와!"라고 외치는 개똥이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그 모습을 이미지화해서 가슴에 가만히 안쳐보자. 괜히 웃음이 나오면서 혹시 나도 개똥이처럼 어리석은 팻말을 세우는 글을 쓰고 있지는 않나 살피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sisag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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