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경력단절의 허들을 뛰어넘어 인생2막을 성공적으로 시작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가 어떤 길을 찾아 어떻게 노력했는지 들어 보면 비슷한 입장의 여성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빛이라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은행에 다니던 K 씨는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재직 중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며 큰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하는 듯했지만 사춘기 딸의 방황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직장도 아이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전전긍긍했지만,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기만 했다.

K 씨는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했고, 결국 15년 다닌 직장을 그만 두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커리어가 단절되면 다시 일을 시작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알기에 아쉬움이 컸지만 이후 몇 년 간 아이에게만 전념했다. 뺑뺑이처럼 돌리던 각종 학원들을 모두 정리하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상담도 받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아이는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K씨는 그제야 한숨 돌리며 자신을 돌아봤다. 거기에는 아직도 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고, 뭔가 해보고 싶은 욕구가 살아있는, 누구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K 씨’ 가 있었다. 하지만 퇴직한 지 7년, 나이는 어느새 50을 넘어섰고, 세상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정보를 많이 얻는 게 중요했다.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우선, 시니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찾아보았다. 지자체의 여러 산하 기관에서는 다양한 강좌들이 열리고 있었다. 비용은 거의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했다.

K 씨는 도움이 될 만한 강좌도 수강하고, 몇몇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인생2막을 어떻게 시작할까’ 라는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는 특히 도움이 되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조언, 격려도 하면서 서로 힘을 얻었다.

커뮤니티 소식통을 통해 경험 많은 시니어 세대와 청년 창업자들을 연결해 주는 멘토-멘티 공모프로젝트 정보를 알게 되었다. 매칭이 되면 업체와 멘토 모두 6개월 간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이후에는 개별적으로 추가 계약도 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멘토 모집 분야는 회계, 인사, 노무, 세무, 제조, 기술 등 사업 전반을 총망라할 정도로 다양했다.

K 씨는 서류심사와 수차례의 면접, 미팅 끝에 20대 여성 셋이 함께 차린 스타트업 회사의 회계, 재무 멘토로 매칭이 되었다. 스타트업의 청년 창업자들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는 좋으나 회계, 세무 등 재무 지식과 경험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K 씨는 일주일에 2~3회 정도 사업체를 방문, 멘토링을 진행했다. 용어와 개념부터 가르쳤고, 필요한 경우 함께 관련 기관을 방문하거나 투자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재무, 회계 분야에 집중하여 멘토링과 코칭을 해주었다. 보수는 회당 소정의 금액을 지자체로부터 지급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재무 멘토에서 인생코치로 발전했다. 딸 또래의 젊은이들이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며 공감하게 되었고, 인생 상담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엄마 마음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게 되었다.

한시적 프로젝트였지만 K 씨에게는 자신감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었던 멋진 컴백 무대였다. 자신의 경력을 살려 다음 세대에게 도움을 준다는 보람도 매우 컸다. K 씨는 당시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던 사람들과 멘토링 인력 풀 플랫폼을 만들었다. 스타트업의 성장기 아웃소싱 CFO 역할을 수행하거나 멘토링 활동도 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기획, 진행하는 등 점점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인생2막 출발선에 섰을 때 이전의 경력과 풍부한 인생 경험, 이를 통해 구축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고, 중단기 교육과정을 통해 업무 지식을 쌓는다면 어떤 도전장도 자신 있게 내밀 수 있음을 K 씨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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