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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저기(反求諸己)'
시사강원 기자   입력 2022.01.21 am08:49   기사승인 2022.01.21 am08:49 인쇄
그만하면 충분해 [시리즈1]
▲ 고기연 산림항공본부장 ©시사강원신문
<기고문> 산림항공본부 고기연 본부장
해가 바뀌어 2022년 임인년 호랑이해이다. 호랑이처럼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계획되어 있는 일들이 활력있게 잘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미래 계획을 활력있게 준비하는 것중 하나가 지난 일에 대한 분석이다. 진실되게 가감없이 돌아봄이 중요하다. 반구저기(反求諸己)는 맹자(孟子)에 나오는 고전 한마디이다. 어떤 일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자신부터 돌아보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인데, 하나라 우임금 때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홍익출판에서 펴낸 책 ‘흔들리는 나를 위한 1일 1철학’ 내용에 따르면, 당시 제후 유호씨가 군사를 일으키자 왕자 백계가 나아가 싸웠으나 대패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병사들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싸울 것을 건의하자 백계가 말했다. “나는 그들보다 많은 병력에도 불구하고 참패하고 말았다. 이는 내가 부덕한 탓이고, 부하들을 통솔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나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아 고쳐나가겠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머리에 소망을 심고, 새 계획을 그린다. 그런데 작심삼일, 연목구어식 맹세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평가가 계획을 우선하다.”는 당연한 사항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난날 많이 해보았고, 반복했던 일들과 이별하는 노력이 때로는 필요하다. 익숙한 과거와 이별하면서 생기는 기회를 다른 사고와 창의적인 접근방안으로 채우자.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맥락에서 분석과 대안을 고민해본다.

지난 1월 5일 평택에서 소방관 3명이 순직하였다. 누구의 가장이었고, 누구의 자식이었을 소방관들일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이다. 반복되지 않도록 진지한 복기(復棋)가 필요하다. 사고는 평택의 한 냉동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면서 시작되었다. 초기 진화 후 재발화한 현장을 재진입한 후 불이 확산하면서 투입한 5명 소방대원 중 2명만 빠져 나왔다. 나머지 3명은 매연과 화마에 갇혀 버린 것이다. 경기 덕평 물류센타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은 지 얼마 안되어 이어진 인명사고다. 불이 난 평택 현장은 2020년 12월에도 건물천장 콘크리트가 무너지며 작업자 3명이 숨진 적이 있었다. 그 사고 이후 한달 가량 공사정지 처분이 있었고, 그후 공기단축을 위해 야간작업 등 무리한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가능성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이후 안전조치들이 권고되었을 텐데, 시공사는 당초 계획된 준공일자를 맞추려 했을 것이다. 이를 점검해야 할 지자체 부서나 현장을 더 가까이 관리하는 감리회사는 여러 이유로 화재발생 요소를 사전관찰하는데 미흡했던 것이 현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설 공사장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을텐데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안전환경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사고가 나면 의례 마련되는 안전조치들이 현장에서 충실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안전사고들 경험이 축적되면 안전문화가 형성되고, 안전의식들이 강화될 법도 한데,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사고나 재난을 수습할 경우 안전한 대응이 필요하다. 평택 냉동창고가 재발화 했을 때 소방관들을 투입하면서 치명사고가 발생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산림항공본부도 수많은 재난임무에 대원들을 투입한다. 산불진화 임무 일수 있고, 홍수, 태풍피해 복구일 수도 있다. 때로는 가연물질이 많은 화장지 제조공장이나 폭발위험이 있는 폐기물 창고화재 진압에도 산림헬기들은 투입된다. 관리자로서 직원들한테 주문하는 것이 임무장소의 현황을 투입전에 파악하자는 것이다. 대형산불이 났을 때 수십년간 경험이 있는 공중진화 대원들이 산불 발생 핵심지역에 헬기로 투입된다. 투입되는 대원들에게 안전한 현장대응을 최대한 주문한다. 산림헬기와 진화대원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 평택사고 대응시 구조를 해야할 인명이 있었는지? 진압해야 할 화재 상황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파악이 선행되었을 것이다. 좀더 면밀한 현장상황 파악시스템이 가동되었다면 인명피해 가능성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지휘권을 가진 지휘관은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경험을 토대로 효율적이고 안전한 진압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후 진화대원 보호장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다면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줄어들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가 재난사고를 반복하게 한다. 앞으로 내디딜 곳을 꼼꼼히 살피는 ‘찬찬히’ 문화로 대체되어야 한다.

현장은 수없이 많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은 천차만별이다. 현장과 현실에 기반한 맞춤형, 지역친화적 안전사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사고날 때 마다 재난대응 부서 관계자들은 늘 죄책감을 가질 것이다. 재난대응 정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장과 지역에 기반하고 있지 못한 그 어떤 정책들도 개선되어야 한다.

반구저기 접근방법을 취한 배계는 이후 스스로 가다듬고 연마하고 주위의 존경을 받았고, 군사를 일으킨 유호씨는 그 위세에 눌려 스스로 투항하는 것으로 종결된다.

sisag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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