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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꼰대다
한무룡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4.10.11 pm12:38   기사승인 2024.10.14 am12:00 인쇄
▲ 한무룡 컬럼위원 ©시사강원신문
젊어서는 꼰대라는 소리 거의 듣기 어렵다. 주로 그런 상대방을 두고 말하는 쪽이다.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며 밑에 사람을 부려야 할 때가 되면 잔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꼰대의 시작이다. 그러나 요즘은 젊은이들도 가끔은 ‘꼰대 같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소통 능력 부족이 원인이다.

꼰대라고 하면 우선 나이가 들고 언행이 낡아 보여 진부(陳腐)한 느낌이 든다. 미래보다는 과거에 매여 사는 사람 같기도 하다. 이런 사람에게 기업에서 부서와 일이 맡겨지면 직원들에게 무리한 잔소리를 하게 되고 직원들에게 거의 100%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예전에 꼰대라는 말은 선생님이나 아버지를 가리키는 은어였었다. 당시에는 두 분 다 무서운 존재라 그 앞에서는 꼼작 못하다가 시야에서 벗어나면 ‘참새가 죽어도 짹 한다’라는 심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남 보기에 자신을 거짓으로 나마 과시하려는 말이었다. 대부분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같은 부류의 아이들끼리 모였을 때 쓰곤 했다. 영웅심리가 바닥에 깔려 있기도 하여 한 말이지만 선생님이나 아버지가 나타나면 걸음아 나 살려라’하고 도망쳤다. 그러다가 나중에 성인이 되면 그들에게는 두 분 다 가장 고맙고 그리운 사람이 된다.

그런데 요즘은 변한 것 같다. 특히 직장에서 잘되라고 하는 소리보다는 비꼬거나 무시하는 투의 말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 괴롭히는 사람의 대명사가 되었다. 정이 엷어지거나 없어졌다. 대상도 이제는 전방위로 넓혀졌다. 젊은 여성 간부들에게 조차 쓴다.

영국 BBC방송에서 ‘오늘의 단어’로 ‘kkondae(꼰대)’를 소개하였다고 한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고 친절하게 풀이까지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있고 외국에는 없다는 소리다.

이는 역설적으로 말하면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정이 남아 있다는 소리다. 못하는 상대방한테 듣기 싫은 잔소리 억지로 해가면서 잘되도록 몇 번이나 기회를 준다. 서양식 사고방식은 능력 위주다. 일을 잘 못 하는 직원은 연봉을 깎거나 해고하면 그만이다. 냉정하기 그지없는 세상이다.

어느 분의 말대로 따꼰(따뜻한 꼰대)이 필요한 시대다.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되라고 잘못을 지적하며 야단도 치지만 따듯하게 위로도 해 줄 줄 알아야 한다. 진정한 마음이 담긴 소통이 관건으로 이를 학습과 훈련으로 내 것으로, 인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성을 지니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꼰대보다는 고문이나 상담역으로 불린다.

sisag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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