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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조건
한무룡 컬럼위원 기자   입력 2025.06.27 pm04:31   기사승인 2025.06.30 am12:00 인쇄
▲ 한무룡 컬럼위원 ©시사강원신문
공감에는 특별한 자격이나 허락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잘’ 공감하려면 기술과 태도가 필요하다. 대개는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공감이 온전히 전달되기 어렵다.

진짜 공감은 표정과 몸짓을 통해 전달된다. 상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를 지어주는 것, 특별한 단어나 감정이 담긴 표현에 손을 살짝 들어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당신의 말을 듣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핵심적인 이야기가 나올 때 짧은 질문을 덧붙이는 것도 큰 힘이 된다. “정말요?”, “그땐 어떤 기분이셨어요?” 같은 짧고 진심 어린 질문은 단순한 경청을 넘어 ‘마음을 함께 건너는’ 공감이 된다. 어쩌면 좋은 대화는 말 잘하는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이렇게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공감이 그렇게 쉽게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듣기만 해도 싫고,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귀에 거슬린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는 종종 공감을 감정의 호불호에 맡겨버린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감정에 따라 공감을 조절하게 되면 사회는 금세 분열되고, 갈등은 깊어진다. 다툼이 생기고 상처가 생긴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리 생각이 다르고 마음이 불편해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한 걸음만 내딛는다면 대화의 온도는 달라진다. 공감은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의 행위이기도 하다.

사회적 발전, 더 나아가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공감 훈련이 필요하다. 애국과 애민은 거창한 문구가 아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이라도 끝까지 듣고, 그 말 너머에 깃든 맥락과 감정을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지금 누군가의 말에 반응할 기회를 잃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분주함 속에서 놓쳐버린 타인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먼저 공감하는 사람이 되자. 좋은 세상은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먼저 여는 것이다.

sisag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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