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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된소리, 거센소리에 대하여-2
시사강원 기자   입력 2019.01.02 pm03:24   기사승인 2019.01.02 pm03:24 인쇄
(전편에서 계속) 피운다가 거센소리라면 ‘떤다’는 된소리이다. 너스레를 떤다, 거만을 떤다, 교만을 떤다. 등이 있다. 또 ‘씹어대다’ ‘빨아대다’ ‘뻘짓’ ‘빨리빨리’도 된소리로 구성된다. 살펴보면 된소리, 거센소리로 구성된 언어의 공통점은 대체로 부정적인 행위에 대한 표현이거나 다혈질의 입으로부터의 발화라는 것이다.

이들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활자화할 수 없는 단어, 곧 육두문자로 예를 들어야 하는데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때는 산부인과 전문의의 정신으로, 외과적 시술과 함께 접근을 해볼 수밖에 없다. ㅅ발과 ㅆ발과 ㅆ팔과 ㅆ+ㅂ팔은 그 의미는 같지만 갈수록 강도가 센 발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것은 고전에서도 쓰였을 만한 단어이고 그 뒤의 단어들은 시대에 따라 강도가 다르게 변천한 경우다. 부디 지금 쓰고 있는 이 지저분한 낱말들로 인해 우리의 국어가 오염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정적이거나 다혈질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예로 든다면 썩은 감자의 ‘썩’은 된소리이고 부패한 정부의 패나 패거리의 패는 거센소리다. ‘빨리’의 의미를 담고 있는 ‘썩 물러가라!’의 썩은 된소리이고 ‘냉큼’의 큼은 거센소리이다. 물론 반대말에서도 된소리, 거센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청렴한 정부의 청은 거센소리이고 ‘썩 물러나라!’의 반대말격인 ‘꼼짝 마라!’에서는 된소리 두 개가 겹쳐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꼼짝’에 따라붙는 ‘마라’에 있다. ‘게 섰거라!’라면 몰라도 ‘꼼짝 마라’는 꼼짝 못하다. 꼼짝달싹도 못하다 등과 함께 대체로 뭔가를 못하게 막는 부정적인 표현의 한 측면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못하다’의 반의어인 ‘하다’를 붙여보자. ‘꼼짝 못하다’의 반의어는 ‘꼼짝하다’인데 꼼짝하다로는 활용되지 않으므로 제대로 활용되는 것으로는 꼼지락하다가 있다. 뭔가가 아주 작은 것이 간신히 움직여 미동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이것도 운신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시원하지 않다는 뜻이니 부정적인 의미라고 할 수가 있다. 한편, 조금 더 무리하게 논리를 전개해보자면 청렴한 정부의 청렴은 부패라는 단어를 은폐하기 위해 임시로 덮어둔 얇은 보자기와 같은 것이다. 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라는 포장으로 덮어두는 행위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가 있다. 정부라는 단어의 본 모습이 청렴과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한편, ‘놀고 앉았네!’라는 비꼬는 투의 욕설이 있다. 이 욕설의 더욱 강한 표현은 ‘놀고 자빠졌네!’이다. 자빠지다의 본딧말은 ‘넘어지다’인데, 우리의 활용으로 ‘넘어지다’는 그냥 평범하게 넘어지는 경우이고 '자빠지다'는 미운 사람이 꼴사납게 넘어지는 경우라고 짐작된다. 대체로 앉아 있는 모습은 서 있는 것에 대비해 지위가 높거나 점잖은 모습이다. ‘앉았네’라는 표현보다는 ‘자빠졌네’는 서 있다가 넘어졌으니 그 지위를 한참 낮추었다는 의미가 된다. 또 ‘자빠졌네’는 넘어지다에 한정되지 않는다.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간에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나쁘다면 매우 범용적으로 자빠졌다는 표현을 쓴다.

‘꼴사납다’는 표현도 모양새나 하는 짓이 흉하다는 뜻이지만 꼴사납다는 관찰자의 느낌에 해당할 뿐이고 직접화법으로는 ‘꼴 좋~다!’가 된다. 이러한 경우는 곰곰이 새겨들어야 하는 경우다. 실제로는 꼴이 절대 좋지 않은 데 좋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말이 그만큼 편리한 구석도 있다는 뜻이다.

아버지, 오라버니, 이 얼마나 점잖고 아름다운 호칭인가?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와 오라버니에게 빠라는 된소리가 주어지더니 아버지가 아빠가 되고, 오라버니가 오빠가 되고 말았다. 아빠는 아버지의 예사말이고 오빠는 오라버니의 예사말에 해당한다. 즉 호칭으로서 가치가 격하되었다는 뜻이다.

격하라는 말 자체가 격상에 비하면 부정적이다. 그뿐인가. 진보적이라는 이름으로 동성애라는 지저분한 단어와 문화가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근친상간의 호칭을 서슴없이 남발하여 자기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고 자기 애인을 오빠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의 언어는 이제 격식이 없고 점점 된소리와 거센소리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 표현하면 세상은 점점 ‘자빠져’가고 있고, 그러한 시대를 방관하고 있는 한 우리는 ‘후레짜식’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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